조금 전 아래와 같은 언론 보도를 확인했다. 애플카가 지난 10년간 공들인 일명 <애플카 프로젝트 : 타이탄>를 공식적으로 포기한다는 내용의 기사이다.
이 기사를 보고 문득 잊고 지냈던 일례의 업무 경험이 생각났다. 약 2년 전 중국산 전기차(이하 EV 영문 표기) 를 수입하고 유통하고 있던 국내 코스닥 상장 기업이었던 M사의 컨설팅 경험이었다.
해당 회사의 컨설팅은 그 이전에도 한차례 진행한 바 있었고 상장사 대표님께서 1차 컨설팅의 결과를 흡족해하셨기에 재차 진행된 2차 컨설팅이었다.
우선 먼저 간단하게 전기 자율주행차를 꿈꿨던 애플카(공식 명칭 : 프로젝트 타이탄)의 소식을 마저 정리하면
애플은 왜 전기차(프로젝트 타이탄)를 버렸나?
애플은 지난 10여 년간 개발 과정을 거치면서 구조조정과 회사의 전략 변경으로 출시 일정의 잦은 변화가 있었다. 최근에는 EV 출시 시점을 2028년으로 연장하였으며 특히 자율주행의 수준도 당초 계획했던 레벨4에서 레벨2+로 하향 조정되는 등의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애쓰기고 있었다.
그러나 애플은 결국 프로젝트 타이탄을 버리고 빅테크 마켓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인공지능(AI)에 집중하는 전략을 최종적으로 선택했다는 내용이다.
즉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메타, 삼성전자 등이 AI와 AI 스마트폰 분야에 열을 올리는 동안 애플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에 전력을 분산하여 운영해 왔는데 '자동차'를 포기하고 '스마트폰'에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동시에 '새로운(자동차) 하드웨어' 마켓이 아닌 '기존(스마트폰) 하드웨어' 마켓에서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극강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천명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과열됐던 EV 마켓이 이제서야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이 부분은 2년 전 컨설팅 경험을 언급하면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다만 애플이 2014년에 EV 마켓의 장밋빛 전망을 예상하고 시장에 진입했지만 10년이나 지난 오늘 EV 또는 자율주행 EV를 버리는 선택을 했다는 것은 '트렌드 분석'의 관점에서는 상당히 의미 있는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2년 전 '내가 EV 유통왕'을 꿈꾸던 모 코스닥 상장사 대표님께 언급했다가 면박 받은 썰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나는 2년 전 모 상장사 대표님께 <EV 신사업> 관련 컨설팅,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바 있다.
이미 중국산 EV를 수입하고 있었지만 해당 사업과 관련한 제3자 혹은 非 전문가의 다른 시선을 보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프로젝트의 총 기간은 3개월이었지만 늘 그렇듯 약 한 달 반 만에 최종 PT를 통해 결과물을 제공했다. 그리고 당시 내가 결론 내린 EV 마켓의 전망은 아래와 같다.
참고로 나는 이 컨설팅을 의뢰받기 전까지만 해도 '전기차'의 'ㅈ'도 몰랐고 자율주행차의 'ㅈ'도 몰랐다. 소비자 관점에서야 EV에 대해서 둘러보고 있었지만 역시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 시선이었다.
그런데 해당 의뢰를 받고 EV 마켓을 둘러보니(...) 음.
지금부터 이 '음'의 의미에 대해서 당시 진행했던 PT의 1/100 수준으로 최대한 간략하게 설명해 보고자 한다.
① EV 섹터 성장에 필요한 세부 기술력(특히 배터리)의 한계
보면 볼수록 당최 내 눈에는 EV 마켓이 마냥 '나이스'한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참고로 당시까지만 해도 세계 각국의 EV 지원금이 극에 달하던 시기였고 (물론 당시에는 EV에 대한 국고 보조금이 잠깐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EV 시대로의 진입'을 포기할 수 없는 세계 주요 나라가 극적으로 보조금을 계속 줄여나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믿지) 않았던 시장 분위기가 존재했다.) 특히 유럽(EU)발 '내연차 제재 정책'으로 인하여 중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EV 마켓에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때였다.
하지만 당시 내가 시장을 둘러보면 둘러볼수록 'EV' 시장의 정점은 '(당시) 현재'였다. 당장 더 나아질 수 있는 요소가 없었다. 보조금은 줄어들 것이 분명해 보였고 실제로 줄어들었다. 또한 보조금이 줄어들면 EV의 수요 역시 줄어들 것을 예측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었다. (수요가 줄면? 공급이 줄어든다.)
그러나 내가 당시(2022) EV 섹터가 중단기적으로 매력적이지 않았던 이유는 '보조금으로 인한 수요 감소'보다 EV와 관련된 기술력 자체가 더 발전하기에는 전문가(언론 보도)의 예상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EV의 핵심은 플랫폼과 배터리이다. EV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배터리를 수용할 수 있는 플랫폼 섹터의 발전이 전제되어야 하고, 플랫폼과 별개로 배터리 섹터가 극적으로 성장해야 했다.
그 시절(2022) 언론과 전문가들은 마치 그 기술들이 1~2년 내에 상용화되고 가능할 것(eg.한번 충전으로 1,000km를 간다는 둥)처럼 보도했지만 내가 마켓을 보면 볼수록 그것은 허상(소망)에 불과했다. 또한 나는 EV는 잘 몰랐지만 EV와 무관하게 내가 가지고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었던 산업 펀더멘털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배터리 시장이었다. 나는 EV와 무관한 '자동차 배터리' 섹터에 대해서 약 15~16년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서 배터리 섹터의 기술적 한계를 웬만한 전문가들만큼이나 잘 알고 있었다. 현재는 배터리의 지속성, 충전성에 집중해 있지만 사실 문제는 그것 뿐만이 아니다.
② EU발 정책
또한 당시 국내 여론과 사회적 분위기는 EU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던 <2035년 내연차 말살(제한) 정책>을 근거로 향후 몇 년 안에 마치 내연 자동차는 더 이상 도로에 다니기 힘들 정도인 것처럼 떠들어 댔지만 나는 분명 그 현상은 '냄비(트렌드 아니고 유행)'에 불과하다고 느꼈고 절대 EU의 발표대로 진행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을 매우 크게 에둘러서 최종 컨설팅 보고서에 담았다.)
③ 중국의 거품이 주도하는 EV 마켓
마지막으로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중국의 EV 열풍은 장난이 아니었다. 물론 여전히 그렇다. (이미 도로에 깔린 EV를 또 어떻게 하겠습니까ㅎㅎ) 하지만 중국의 EV 마켓의 성장은 기본적으로 '내수 시장'에 한정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그때도 그렇고 현재도 그렇다. 무엇보다 중국이 EV 성장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기질'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더 있다. (보다 자세한 언급은 주제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생략합니다.)
그런데 어쨌든 나는 개인적으로 EV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글로벌 산업 지표 분석에 있어서 절대 중국의 수치를 '일반화'하여 글로벌 스탠다드에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발전은 여러 가지 지점에서 항상 과장되어 있으며 거짓된 숫자 놀음에 불과한 사례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차치하고, 중국의 EV 브랜드 중 하나인 BYD는 2년 전에도 가장 큰 EV 회사였고 아마 5,6년 전에도 BYD EV는 중국 내 1위였다. 그런데 BYD가 성장을 한다고 해서 <EV 시장>이 성장을 하느냐? 아니다.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고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
BYD의 성장은 테슬라와 같은 기존 EV 시장에서의 파이 하나를 나눠 먹을 뿐(제로썸게임)이지 새로운 파이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이탈리아에서 BYD에 '공장 설립'을 요청했다는 이러한 보도도 헤드라인만 보면 'EV 섹터'의 새로운 도약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은 <2023년 12월에 BYD가 새로운 공장 부지로 상대적으로 인건비와 토지 비용이 저렴하면서 EU 영향권에 있는'헝가리(동유럽)'에 공장을 세운다고 발표하면서 두 번째 공장 부지를 고민하고 있다기에 (서유럽) 이탈리아 산업부 장관이 “우리는 여러 자동차 제조업체와 접촉하고 있다"라며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자동차 제조업체가 하나뿐인 유일한 자동차 생산국”> 이라며 화답한 수준에 불과하다.
여차저차 이러한 이유들로 나는 조심스럽게
자율주행이라는 키워드를 들이 밀었다ㅎㅎ 사실 밀고 싶었던 키워드는 당시에도 'AI(인공지능)'이었지만 그때도 지금도 흔한 말로 '개나 소나' 다 'AI AI'를 외치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거기에 편승하기보다는 <자율주행의 고도화는 곧 자동차 소프트웨어 섹터의 인공지능화>를 의미하기에 '자율주행'을 들이민 것이었다.
그런데 늘 그렇듯, 트렌드를 분석하는 입장의 나는 항상 <거센 저항>을 받는다.ㅎㅎ 트렌드 분석가의 숙명이랄까.
나는 선택과 집중의 관점에서 신규 모빌리티(EV) 회사가 'EV'와 '자율차'를 모두 한 묶음으로 바라보는 것은 해당 업계 모두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고 봤다. (결과론이지만 결국 애플도 포기하지 않았나?)
그래서 EV와 자율주행차를 분리시켰고 이들을 경쟁시켜서 분석해 봤지만, 돌아온 대답? 반응? 은 면박이었다.ㅎㅎ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왜 분리시키냐는 이유가 첫 번째였고 자율주행차는 관심이 없다는 뉘앙스가 두 번째 이유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EV보다는 차라리 자율주행차(차량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 제한된 리소스를 투자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제 막 진입한 EV 사업을 접으라는 의미가 아니라 추후 전기차 사업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자율주행차를 위한 소프트웨어 시장에 관심을 가지라는 수준의 컨설팅이었다.
(참고로 이 상장사, IT 회사다. 원래부터 소프트웨어 기술력은 가지고 있으니까 그것을 더 활용해 보자는 취지였다. 물론 이미 진출한 중국산 전기차 유통은 그 회사 입장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신사업에 진출한 것 자체만으로도 존중받아 마땅했다.)
사실 나는 이 부분을 설명하면서 해당 기업의 대표가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라는 반응을 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ㅋㅋ 그래서 이 부분은 5~6 페이지 분량으로 길지 않게 가져갔고 핵심은 사실 더 뒤에 있기는 했다.
다만 다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내가 느끼는 전기차 시장의 전망은 분명 과열되어 있었고 거품이 잔뜩 끼어 있었다. (언론이 부추기는 모양새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싫어할 소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돈 받고 해주는 컨설팅'인데, 말해야 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했고 언급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다른 이야기이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대한 거품이 빠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말인즉슨, 이제부터가 시작이다ㅋㅋ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이냐면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은 이미 약속된 흐름이다. 안 갈 수 없고 못 갈 수 없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국내외에서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전기차를 띄우는 '세력'이 있었고 나는 2년 전 컨설팅에서 그 세력들에게 존재하는 여러 가지 약점을 지적했을 뿐이다.
이제 슬슬 전기차 시장의 생존자와 탈락자가 생겨날 것이고 이미 그 현상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더 나와야 한다. 더 정리될 필요는 있다.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다. 짧으면 내년(2025) 상반기, 늦어도 내년 연말 즈음이면 전기차 시장의 확실한 트렌드가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블록체인 기술은 앞으로 금융을 포함한 모든 '정보 보안' 분야에서 반드시 필요한 핵심 기술 중 하나이다. 한창 블록체인이 핵심 키워드로 주목받을 때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단계로 '암호화폐'가 시장에 먼저 선보이고 화폐로서 작동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었다.
물론 당시의 나는 '개소리'라고 했지만(...) 또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단지 그것을 빌미로 남의 돈을 쉽게 해먹으려는 사기꾼들이 득실댈 거라는 확실한 걱정이 있었을 뿐이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내 걱정은 분명한 현실이 되었다.)
같은 논리로 전기차 시장은 자율주행차와 더불어 동반 성장이 가능한 요소가 분명히 존재한다. 또한 자율주행차는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인공지능 분야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인공지능 역시 전기차와 같은 '하드웨어'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때문에 인공지능에 올인하고 있는 現 빅테크 트렌드가 결국 자율주행 시장에 도움을 줄 것이고, 자율주행의 고도화는 전기차 시장(최소 배터리 효율 극대화)에 도움을 주면서 결국 상생 성장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암튼 이래저래 전기차 시장의 제2막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불현듯, (힘듦)
끝.